[우울증 수기] 45. 밤에 쓴 일기 우울증 수기

  사표를 내러 직장에 갔었다. 그런데 우연히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선배를 마주치게 됐고, 뜻밖에도 상담까지 받았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웬만하면 남에게 잘 이야기하지 않는 솔직한 심정까지 나왔다. 그런데 돈을 주고 만났던 상담사보다도 내가 겪었던 모든 일을 공감해주며 나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우울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이었다. 그 밖에 다른 조언은 운동을 해야 한다, 햇빛을 많이 봐야 한다, 취미를 가지고 학원이라도 다녀라 같은 뻔한 이야기였는데도 불구하고, 공감과 지지가 앞서서 그런지 정말 나를 위해서 하는 말처럼 들렸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실제로 그렇게 행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솟았다. 공감의 힘이 이렇게 세구나 새삼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내 마음을 움직인 말이 있다. 기억에 의존해서 적어본다.
  "밤에 편지를 쓰고 나서 다음 날 낮에 읽어보면 되게 유치하잖아. 그것처럼 당신도 지금 밤에 결정을 내리고 있는 거야. 지금은 당신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일하라는 말은 안 할게. 그런 생각 하지도 마. 사표 쓰는 거는 쉬워. 쓰면 끝이야. 그런데 정말 내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때 당당하게 사표를 써. 그냥 재활한다고 생각하고 휴직을 더 해."
  나는 사실 일기를 안 쓴다. 중고등학생 때, 주로 학교에서 돌아온 뒤 밤에 감성이 충만한 일기를 썼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에 읽어보면 며칠 전의 내가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동생이 보기라도 할까 일기를 북북 찢어서 버리기 일쑤였다. 그 뒤로 일기를 쓴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밤에 쓴 편지'에 대한 이야기가 참 와닿았다. 내가 지금 아주 깊고 어두운 밤 속에 서있어서 잘못된 결정을 내려버린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사표를 내야겠다는 마음과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도 많았다. 결국 다시 휴직을 더 연장하는 쪽으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올해에는 의사와 상의해서 약을 점차 끊고 운동도 꾸준히 하며 재활을 해보련다. 그리고 온전히 내 힘으로 결정을 내리고 말 테다. 그때 가서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면 하고, 아무래도 못하겠으면 사표를 쓰리라. 나처럼 중요한 결정을 아플 때에 섣불리 내리는 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가 들은 조언을 기록한다.

[우울증 수기] 44. 위협요소 파악 우울증 수기

  며칠 전 굉장히 힘들었는데 다시 좋은 상태로 회복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간이 간다. 우울증을 앓은 뒤부터 이런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졌다 다시 돌아오는 경험을 여러 번 해왔으나, 이제서야 내가 언제 심하게 불안하고 자살충동이 생기는지 약간 파악했다. 몇 가지 위협요소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물리적이기도 하고 심리적이기도 하다. 또한 사라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했다. 이 위협요소를 잘 피해야만 내가 살겠구나 싶다. 내게는 세 가지 위협요소가 있는데 두 가지는 꾸준한 치료로 견딜 만하다. 나머지 하나가 현재진행형이라 조심해야 한다.
  첫 번째는 시댁 어른들의 잔소리다. 애초에 내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나는 지난 명절 제사에 가지 않았고 친척들도 만나지 않았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위협요소를 피하려고 한 조치였다. 사실 잔소리라고 표현하기에는 내 체감상 훨씬 더 무거웠고 버거웠다. 그런데 실제보다 더 나를 공격한다거나 싫어한다고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우울증 증상의 하나고, 나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약으로 좋아진 뒤부터는 일부러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누군가 나에게 일부러 못되게 군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다른 각도에서도 바라본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면 그냥 정색해버린다. 예전처럼 억지로 잘 보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랬더니 이제는 시댁 행사에서 친척들을 만나고 이런 저런 훈수와 잔소리를 들어도 나름 괜찮다. 우울증에 걸리기 전처럼 그 정도는 흘려듣고 만다. 이렇게 위협요소가 하나 줄었다.
  두 번째는 카페인이다. 원래 카페인에 예민해서 커피만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 잤었다. 그런데 우울증에 걸린 뒤에는 그에 더해 불안과 자살충동까지 심하게 나타났다. 한동안 카페인이 든 음료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커피 천지다. 특히 여자들은 약속만 잡았다 하면 카페를 가게 되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단맛 나는 에이드류나 허브차가 질릴 대로 질려버렸다. 친구가 마시는 커피를 한 모금씩 얻어 마시기 시작했고 몸이 차츰 적응해갔다. 카페인의 중독성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이제는 낮에 한 잔 마시는 정도는 두근거리지도 잠이 안 오지도 않는다. 저녁에 마셔서 잠을 못 자더라도, 우울증 치료가 많이 됐기 때문인지 나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세 번째는 남편과의 다툼이다. 이 위협요소가 요즘 잦게 나타났고 가장 위험하다. 만약 다른 사람이랑 싸운다면 그냥 그 날로 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편은 감정적으로 깊게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많이 다르다. 나는 화를 내고 금방 잊어버리곤 한다. 그런데 남편은 아니다. 화가 나도 혼자 삭히려고 하는데, 이틀이고 사흘이고 나를 피하고 대화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나는 속이 말이 아니다. 온갖 나쁜 생각은 다 들고, 불안함이 신체 반응으로도 나타나 가슴이 떨리고 머리가 아프며 어지럽다. 다행히 대화를 나누고 화해를 하고 나면 다시 평소처럼 돌아온다. 연애할 때부터 별로 싸워본 적이 없어서인지, 몇 년째 봐왔음에도 아직 서로에 대해 오해가 생기곤 한다. 싸운 뒤에 상대방이 무엇을 싫어하고 언제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게 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다. 위협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화가 나는 상황이 오면 싸우기보다는 대화로 풀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우울증에 걸리고 치료를 시작한지 8개월이 넘었다. 이제야 시야가 조금 넓어지고 나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술자리에 가서도 자기 주량을 알아야 못 볼 꼴 보이지 않고 적당히 절제하며 마시지 않는가. 나도 내가 언제 행복한지, 언제 불안한지 알고 그런 상황을 미리 조절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극복이 된다면야 좋겠지만, 당장 안 되면 일단 피해버리고 만다. 일단 살아야 나중에 극복 시도라도 해볼 테니 자책은 하지 말자.





[우울증 수기] 43. 불안이 덮친 밤 우울증 수기

  블로그에 글을 안 쓰는 동안에는 내 상태가 괜찮다. 정확히 말하면, 괜찮기 때문에 글을 쓸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글을 쓰는 이유는 상태가 또 나쁘다는 뜻이다. 무척 불안하여 번잡한 생각이 나를 집어삼킬 듯한 밤이다.
  며칠 전까지 시댁 식구들과 시어머니 고향에 가서 친척들도 뵙고 여행까지 기분 좋게 다녀왔다. 여행 기간 동안 예전의 나처럼 잘 웃었고, 흘려들어도 될 말과 아닌 말을 잘 구분했다. 하나도 우울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시간 전, 낮에만 해도 외출을 하고 친구를 만나 즐거웠다. 하지만 나를 불안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사건이 있다.
  어제 남편에게 사소한 일로 화를 냈고, 내 잘못이기에 오늘 아침에 사과를 했다. 남편은 알았다고 했지만 퇴근 후 평소와 너무나 다른 태도여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이 분명했다. 나 때문에 아직 화가 나있나 하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지만, 회사 일이 힘들었겠지 하고 생각을 바꿔보았다. 우울증으로 인해 모든 사람과 사건이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해왔음을 알았고 이제는 고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 애교 섞인 말투로 말을 걸어도, 나 때문에 속상하냐고 물어도 남편은 묵묵부답이다. 괜히 더 말을 걸었다가는 미움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멀리 떨어졌다.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잠드는 사이에 나는 여행 다녀올 동안 밀린 일들을 처리했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는데, 늦잠을 자지 않았음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자야지. 잠을 자야 해.'라고 생각했더니 머릿속에서 같은 말을 아주 빠르게 반복하며 무섭게 소리를 쳤다. 과부하가 걸리듯이 머리가 아팠다. 내가 미쳐버렸나 하고 깜짝 놀랐다. 다른 생각을 해보려는데 불안함을 부추기는 온갖 두려운 미래에 대한 상상이 밀려온다. 불안해서 심장은 두근 거리고 숨이 가빠졌다. 점점 나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지겹고 괘씸하다. 편해지고 싶다는 얄팍한 꾀만 내고 실행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여전히 머릿속이 번잡하다.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하여 다시 침착해졌다. 올해에는 아이를 가져보자고 남편과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도대체 언제쯤 나을까? 약을 끊고도 2주 정도는 아이를 가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약을 언제 끊게 될까? 약을 끊고도 나는 괜찮을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저 잠들고 싶다. 그런데 끊임없이 머릿속은 시끄럽다. 약을 꾸준히 먹었는데 또 약이 안 맞나? 낮에 마신 커피가 너무 진했나? 불안이 언제 덮칠지 모르는, 밤이 너무 싫다.


[우울증 수기] 42. '소풍 가는 날'을 보고 우울증 수기

  어젯밤에 우연히 드라마 '소풍 가는 날'을 보게 되었다. 예기치 못하게 발견한 깜짝 선물 같았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심각하게 죽음을 생각했기 때문에, 작가와 감독이 고독사와 자살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을지 무척 궁금했다.
  가장 감동 받은 대사가 있다.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슬픔의 무게는 다르다.' 주인공이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에 하는 대사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사업에 실패해 큰 빚을 떠안은 데다, 보증을 서준 친구 가족까지 빚더미에 나앉게 만들었다. 가끔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 힘내서 인생을 살아가는 위인들을 미디어에서 다룬다. 그렇게 나보다 더 힘들게 살면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볼 때, 나보다 더 힘들어서 죽음을 택한 사람을 볼 때 나는 이 따위 슬픔에 무너졌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해진다. 그럼에도 죽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내게 위로가 되어준 대사다. 네가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니니 힘들어해도 괜찮다고 어루만져주는 듯해서 좋았다. 아무것도 아닌 말 한 마디일 뿐인데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구나 놀랍다.
  주인공이 또 한 번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어느 친절한 이웃과 밥을 한 끼 먹는 장면도 있다. 주인공이 들고 있던 절망스러운 검은 봉지는 이웃의 손을 거쳐 배려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훗날, 아무것도 안 먹고 잠도 잘 못자다가 밥 한 끼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며, 그러다보니 또 살아지더라며 얘기했다. 나도 밥 한 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 잘 안다. 어느 날 무기력함에 짓눌려 씻지도 먹지도 못하다, 있는 힘을 다해 약부터 먹었다. 그러고 나니 배가 고파서 즉석식품으로라도 끼니를 때웠다. 냄새가 나서 깨끗하게 씻었다. 배가 부르고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나니 갑자기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또 어느 날은 죽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베란다 창문을 열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상쾌했다. 눈이 쌓인 나무들이 예뻐보였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좋은 경치를 보았을 뿐인데 가족들 생각이 나서 다시 문을 닫았다. 사소한 듯 보여도 절대 사소하지 않은 행위다. 매슬로우 이론처럼 인간의 원초적 욕구가 채워져야 그 다음 욕구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우울증은 그 기초조차 못하게 만드는 병이라서 문제다. 그 부분은 약이 많이 도와준다. 이렇게 살다 보면 나도 살아질까?
  주인공은 다시 살아내기로 결심한 뒤부터 유품정리업체에서 일한다. 고독사한 사람들의 뒷정리를 대신 해주는 직업이다. 드라마에서 잠깐 봐도 굉장히 힘든 직업이다. 나도 죽은 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죽는 방법은 많이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죽음이라는 생각은 그 이틀 간 쉽게 가시지 않았다. 약은 기본으로 꾸준히 먹고 푹 잠을 자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보니 지금은 어느새 죽음을 생각했던 일이 저 멀리 옛날처럼 느껴진다. 그 사람이 내가 아니었던 듯 느껴진다. 바로 어제였는데 말이다. 무엇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많이 아팠고 괴로웠다는 사실만 확실하다.
  지금은 '죽지 마요!'라는 주인공 외침이 귓가에 맴돈다. 단편 드라마라서 그런지 갑작스러운 끝맺음이 아쉬웠지만, 작가와 감독이 배려 깊고 섬세하게 죽음을 대했음이 많이 느껴졌다. 내가 가장 힘들 때 이 드라마를 만나게 되어서 고맙다.


[우울증 수기] 41. 나만 생각하기 참 어렵구나 우울증 수기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 아프고 싶었다. 주변에서 너만 생각하면 된다고, 남들 말에는 반대로 하면 된다고 위로해주었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도 먹었다. 그러자 세상이 달리 보였다. 어쩌면 살 만한 곳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남, 특히 가족들을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 일에 대해 나보다도 더 자랑삼고 좋아하시던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계신다. 남편도 사실은 내가 일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나를 위해 그만두라고 결정해줬다. 앞으로 나에 대해 주변에서 물으면 얼마나 대답하기 곤란할까? 내 친한 친구들도 자기 일처럼 너무 아쉬워했다. 다 떠나서 그냥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도 열 중 아홉은 계속 일하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나를 걱정해서 그렇게 말해줬음을 안다. 하지만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데 우습다. 내가 순진해서,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럼 일이 내 목숨보다 중하냐고 물으면 말로는 다들 절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그만두기로 한 결정을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친정 가족과 몇몇 친구 말고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느꼈다.
  이럴 때 나만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괴롭지 않았을 텐데. 남의 평판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지만 가족에 관해서 만큼은 아니다. 가족도 남이다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너무 어렵다. 나 때문에 곤란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정말 다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지 의문이다. 나 하나 살자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폐가 되어도 행복할지 의문이다.
  아침에 일어났다가 너무 무기력해서 밥도 못 먹고 누운 채로 다시 잠들고 깨기를 반복했다. 깨면 그냥 죽고 싶고 눈물이 나서 일단 빈 속에 약부터 먹었다. 다행히 죽지 말라는 외침도 들렸기 때문이다. 약을 먹고 몇 시간 있자 배가 고팠다. 기운이 없어서 냉동식품을 꺼내서 데워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커피가 당긴다. 전에는 마시고 죽을 뻔 해서 꺼렸는데 조금씩 밖에 나가서 얻어마시고 하다보니 이제 하루에 한 잔 정도는 마셔도 이상증세가 없다. 약 덕분인지 다른 생각을 할 겨를 없이 몸이 말하는 대로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다시 힘들어져서 또 글을 끄적거린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다 털어놓아야 낫는다고 상담사가 말했었는데, 너무 무거운 짐을 지워주기 싫어서 그게 잘 안 된다. 이렇게 글로나마 쓰고 나면 조금 더 낫다. 부끄럽지만 요 며칠 너무 아파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집안일도 밀렸다. 약기운을 빌어 깨끗이 씻고 밀린 집안일도 하고 마음을 다시 다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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